[집사 일기] 집사의 2023년 33주 차 주간일기
♧ 2023년 33주 차 주간 일기
♣ 8월 14일 ~ 15일
보통 월요일이 가장 정신없는 요일 중 하나인데, 한국이 샌드위치 휴일로 많이 쉬다 보니 덩달아 평온하게 보냈다.
아프지도 않고, 업무도 과중되지 않은 오랜만에 맞이하는 무탈한 월요일이었다.
얼마 전 유퀴즈에 한지민 배우님이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무탈한 행복'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행복한 일이 가득해서 행복한 것이 아닌 무탈한 것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있는 것 같다.
올해의 남은 시간도 수더분하고 평온하게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본다.
유럽 여름의 좋은 점은 우선, 습하지 않은 날씨인 것 같다.
온도는 31~34도까지 올라가나 그늘 밑에 있으면 그렇게 더운 듯한 느낌을 받지 못한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해 지는 시간이 엄청 늦다는 것이다.
가끔 해가 늦게 지는 것이 좋지 않을 때도 있으나, 이번주는 이 점을 잘 활용했다.
퇴근 후 바로 골프장에 가서 9홀 라운딩을 돌았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평일 사람 없는 곳에서 라운딩 하니 여유롭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 8월 16일
유난히 피곤한 수요일 아침이었다.
아무래도 어제 운동의 여파인 것 같은데, 특히 점심 이후에는 식곤증과 비몽사몽 전쟁을 치렀다.
꼭 이렇게 피곤한 날, 고객사와 저녁자리가 있어 하루를 참 길게 만든다.
고객사와 저녁은 중국집으로 가기로 하였는데, 주방장님이 바뀌셨는지 음식 퀄리티가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다른 한식들은 그래도 비슷한 맛이 나는데, 유난히 중국 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만 못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에서 먹는 중국 음식 같아 맛있게 잘 먹었다.
유럽을 출장으로 다닐 때만 해도, 고객사와 식사가 왜 항상 한식당에서 이루어지는지 이해를 못 했다.
스테이크도 한국 대비 저렴하고, 맛있는 파스타와 현지 음식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비싼 한식당을 가는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처음 주재 생활을 시작할 때,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현지 음식만 먹으며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먹다 보니, 어느새 기름진 것은 보기도 싫고 매콤하고 자극적인 한국음식 생각이 절로 났다.
향수병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음식'이라는 것을 부쩍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 8월 17일
직장 동료의 병가와 다음 주 있을 출장자의 일정 조율로 유난히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정신없는 업무 시간을 보낸 후 직장 동료분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이미 여러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누군가의 집에 갈 때는 조심스럽다.
특히 이번주는 퇴근 후 계속된 일정으로 피로가 쌓여 있어, 혹시 피곤한 것이 눈에 보일까 더 걱정되었다.
별로 준비 안 하실 거라고 하더니, 이번에도 엄청나게 차려 주셨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피곤은 싹 사라지고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쉬고 싶은 마음 한가득 이었으나, 꾹 참고 삼냥이들의 화장실을 치워주고 돌봐줬다.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면 가끔 할 일이 너무 많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집이 모래와 털로 가득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양이들과 놀다가 삼냥이들이 '골골 송'이라도 불러주면, 힘든 기분은 사라지고 웃음을 짓게 된다.
이게 바로 고양이의 마력인 것 같다.
♣ 8월 18일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주는 유독 애타게 금요일을 더 기다린 것 같다.
피곤한 것도 있었지만, 일주일 내내 늦은 귀가로 밀린 집안일이 눈에 밟혔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빨래와 설거지 등 밀린 집안일을 후딱 하며, '하트 시그널'하는 것을 기다렸다.
피곤한 채로 봐서 그런지, 아니면 내용 자체가 답답해서 그런지 최근 재미가 덜 해져 속상했다.
그래도 결말은 궁금하고, 이제 곧 끝나니, 의리로 종방까지 지켜봐 줘야겠다.
'하트 시그널'을 다 본 후 조금 이른 시간에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 아침 라운딩도 있는 터라 새벽같이 일어나야 했기에 침대에 누워 읽을 책만 고른 후 자기로 했다.
고민하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로 정하였는데, 후기가 너무 좋아 조금 읽다 잘까 고민했다.
하지만 너무 재밌으면 계속 읽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태블릿 전원을 끄고 눈을 감았다.
♣ 8월 19일 ~ 20일
어제 이른 시간에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5시 기상은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준비를 한 후 라운딩을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항상 조금 일찍 가서 몸을 풀고 1번 홀에 들어가야지 싶지만,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다니는 것에 충분히 부지런하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이보다 더 부지런하면, 내 체력에 쓰러질 것 같다.
즐거운 라운딩 후 집에 와서 '꿀'같은 낮잠을 잤다.
이렇게 운동 후 낮잠을 자면, 밤보다 더 푹 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상쾌한 기분과 몸을 이끌고 지인 집에 갈 준비를 하였다.
작년 그리스와 올해 초 터키를 함께 갔던 8명이 다시 모이는 자리지만, 이번에는 송별회라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8월 말이면, 이렇게 또 지인 중 한 명을 떠나보내게 된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하던 중 그리스 여행 중 재밌게 했던 'TenTen' 이야기가 나왔다.
바로 다시 설치 후 마피아 게임을 하였는데, 이건 정말 재미없을 수가 없다.
신나게 하다 보니 어느새 밤 12시가 넘어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성격 상 누군가와 친해지고 관계 형성에 시간이 필요한데, 짧은 기간에 여행까지 여러 번 가고 뭉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어디서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